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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힙플 #26] 음악과 닿아있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초원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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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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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INTRO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초원서점 (pampasbookshop)

글: 김썸머

 

모두 하나의 땅 위에 자리 잡았다고 한들, 어떤 공간은 마치 다른 중력이 적용되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마포구 염리동 완만한 언덕길 위 자리잡은 이곳에선 마치 여기에만 특별히 묵직한 공기가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80년대 신촌 어느 공중전화 부스 옆에 놓여 있었을 것만 같은 플라스틱 벤치가 반기는 입구를 지나, 한번 울릴 때마다 온도에 따스함을 더하는 것 같은 노이즈 섞인 음악이 꽉 들어찬 작은 공간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으면 마치 이전의 시간과 공간에서 완벽히 분리돼 아주 안전한 어딘가에 도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곳곳에 쌓여있는 LP판과 카세트테이프, 고가구들에 빼곡히 쌓인 책들. 음악, 책 그리고 시대성. 이 몇 가지의 특성은 하나 튀는 곳 없이 하나로 녹아 이 초록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공간을 꾸린 이의 정서와 시간이 진하게 함축되어 느리게 타고 내리는 것만 같은 곳. 조용한 골목 어귀에서 묵묵히 그러나 선명하게 동네의 흐름마저 바꿔버리는 것만 같은 공간. 최근 반갑게도 곳곳에서 힘을 내주고 있는 독립 서점들 중에서도 특별히 ‘음악’과 닿아있는 책을 소개하는 곳. 단순히 서적을 사고 파는 공간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모인 이들의 애정과 정서가 한없이 유영하는 공간, 바로 초원서점이다.

 

INTERVIEW장혜진 대표

장혜진 대표

#.1 음악과 닿아있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초원서점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인사 부탁 드립니다.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 모여라!”

안녕하세요 세계에 몇 없는!! 음악 서점 ‘초원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혜진입니다.

Q. 초원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설명 부탁 드립니다.
음악으로 책장을 여는 곳, 음악으로 말을 거는 곳입니다. 팝, 록, 클래식, 재즈, 가요, 힙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음악 역사, 가이드, 잡지, 이론 등 직접적으로 음악을 다루고 있는 책뿐 아니라 음악가들이 쓴 저서나 음악이 소재가 된 수필, 소설, 만화 등 음악과 닿아있는 서적이라면 무엇이든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Q. 사실 십여 년 전만 해도 ‘동네 서점’이 흔했어요. 책을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루트였던 것 같은데요, 어느 순간 여러 가지 현실적 변화로 동네 서점이 차츰 사라지고 일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만 명맥을 유지하던 기간이 길었어요. 그러다 최근 몇 년 ‘독립 서점’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서점들이 하나 둘 등장하더니 그중 몇몇은 상징적 존재로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출판 시장이 많은 변화를 겪은 것 같아요.

소비 형태는 도서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변화하고 있지요. 그 안에서 또 새로운 움직임이 생기고요. 저는 서점을 하면서 20여 년 전 한국 인디 음악신이 탄생하던 시절을 종종 떠올리곤 합니다. 주류 음악 산업에 저항 아닌 저항을 하며 폭발했던 독립 음악가들의 움직임은 결국 음악 시장의 하나의 줄기가 되었지요.

큰 틀에서 보면 현재 독립서점들의 탄생도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서점은 자체 창작물을 판매하는 게 아니고 똑같은 재화를 대기업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지요. 하지만 작은 서점들이 가진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세상에는 즉각적인 결과를 내는 일이 있고 천천히 조용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문화들, 작은 공간들이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이 시작이 창대한 끝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서점들이 계속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이지요.

 

Q. ‘초원서점’이라는 곳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늘 ‘자기 세계’를 만드는 일에 천착해왔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지 들여다보고, 제가 원하는 세계는 뭘까 많이 고민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최종적으로는 제 창작물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고 해서 단계별로 가자 생각했죠. 그 첫 단계가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었어요. 이 일을 하기 전 몇 년간 카페, 술집 겸 공연장의 매니저로 운영을 도맡기도 했지만 카페나 술집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거리마다 온통 카페가 가득한 게 좀 이상해 보이더라고요. 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렇게 커피 파는 곳이 많은데 나까지 굳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거리에 술집, 밥집, 카페 밖에 없는 환경이 청년들의 놀이 문화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고요. 더욱이 원래 ‘서점이 많았음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해야겠다’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거죠. 막상 서점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어차피 큰 서점이랑 경쟁할 거 특화 서점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때 가장 먼저 고민한 건 ‘난 뭘 좋아하지’였어요. 그게 음악이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각이 흘러 지금의 초원서점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와본 분들은 어떻게 이 동네로 왔는지, 왜 하필 여긴지 많이들 물으세요. 사실  전 어디라고 해도 별로 상관이 없었어요. 그냥 조용한 곳, 북적이지 않는 곳,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하고 싶었어요. 이건 철저히 저를 위한 일이었고요. 사업 잘하시는 분들이 보면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던 것도 같아요. 공간이 좋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좀 있었고, 오는 길이 험해도 막상 공간 안에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만족감을 줄 수 있겠다는 그런 자신감이요.

 

Q. 한 가지 특성에 집중한다는 건 그만큼 그 외의 것들을 포기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포기해야 할 것은 있죠. 모든 걸 쥐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음악 서점으로 집중한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는 다른 맥락의 아쉬움을 얘기하자면, 제가 관심이 가는 뮤지션들에 대한 책이 충분치 않다는 거예요. 더 많은 음악 관련 서적이 태어나고 널리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Q. 이걸 구분하는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과 ‘음악’ 무엇이 먼저였는지도 궁금해요.

제 개인적인 취향의 관점에서 굳이 따지자면 음악이었던 것 같아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듣고 따라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책은 안 읽어도 음악은 꼭 들었고,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관심이 가는 뮤지션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 콘텐츠나 가십 기사들도 많이 챙겨 봤어요.

서점의 관점에서 따지자면, 책이 먼저였어요. 그리고 간발의 차로 음악이 따라붙었죠. 근데 애초에 제가 음악 관련 서적들을 읽게 된 것이 앞서 얘기한 어릴 적의 습관과 일맥상통해요. 서점을 하기 한참 전부터 음악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는 게 취미였고 지금도 그런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취미로 할 때보다 훨씬 방대한 책을 접하게 된 것이고요.

 

#.2 다양한 음악만큼 그 음악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니까

 

Q. 초원서점이 단순히 책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죠. 초원서점 만의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여러 가지 타이틀을 걸고 초원서점만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음악 교실이 있는데요, 초원서점 운영 초반부터 진행해온 <기타 교실>, <작사 교실>이 있고 <영어로 음악읽기>라는 타이틀로 해외 음악의 가사와 기사들을 번역하며 음악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확장해보려 합니다.

또 음악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인 초원살롱이 있습니다. 한국 가요의 시대별 노래들을 매주 주제에 따라 소개하고 그 노랫말 속에 담긴 뒷이야기들을 만나는 <노랫말 들리는 밤>, 주제별로 선정한 책의 머리말들을 미리 읽으며 관련 음악들을 소개하는 <머리말 읽기 모임>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저자를 초대해 관련 도서와 음악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인 초원 초대석과 작은 공간에서 아주 가까이, 어떤 장치 없이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원음악회를 비정기적으로 개최하기도 하고요.

비정기적으로 여는 초원백일장도 있습니다. 흠모하는 음악가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죠. 크진 않아도 몇 분 선정해 상품도 드리고요.

 

 

2016년에는 염리동 일대의 가게들과 함께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행사를 진행했어요. ‘한여름에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서점, 카페, 식물 가게, 마카롱 가게 등이 모여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살린 이벤트에 함께 했었죠. 올해 다시 한 번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깜짝 선물 대작전>이라는 연중무휴 이벤트가 있는데요, 구매자를 대신해 초원서점이 책을 받으실 분께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드려요. 칵테일바에서 갑자기 바텐더가 “저쪽 테이블에서 한 잔 보내셨습니다"하는 것 같은 거예요 (웃음).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선물이 서점에 있다고 갑자기 문자를 받는 거죠. 선물을 받아 가시는 분이 직접 초원서점에 오셔서 수령을 해야 하는데요, 책을 받는 그 순간에야 누가, 어떤 책을 선물했는지 알게 돼요. 뭐든지 빠르게 택배로 받는 시대에 웬 귀찮은 일이냐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선물은 받는 분뿐만이 아니라 주는 분도 무척 설레 하시더라고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순간들이에요.

Q. 공간이 주는 특유의 느낌 덕분에 뮤직비디오 촬영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초원서점에서 찍은 라이브 클립도 있고, 뮤직비디오 스토리 속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오왠의 ‘fall in love’ 그리고 소란의 ‘너를 공부해’ 뮤직비디오에서 초원서점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생각의 여름의 ‘대전’, ‘습기’ 그리고 ‘새’까지 총 세 곡의 라이브 클립 역시 이곳에서 촬영했습니다.

 

Q. 이 공간을 통해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오는 5월부터 그간 생각만 하고 진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작해보려 해요. 지금 확정된 것은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며 대화할 수 있는 <초원서점 믹스테이프> 시리즈와 시티팝 명반들을 듣고 가사를 해석하는 <시티팝 특선>입니다.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싶은 분, 늘 들었던 음악의 새로운 면을 배우고 싶은 분, 음악 이야기를 나눌 곳을 찾는 분들 함께해 주세요. 구체적 모집 일정은 초원서점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확인 가능하실 수 있어요. 또한 매달 음반과 책을 받아볼 수 있는 초원서점 회원 전용 정기구독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Q. 당장 실현 계획은 없지만 진행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이건 정말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외 음악가들의 공연을 서점에서 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초원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반들은 대부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은, 말하자면 숨은 명반 같은 음반이 많거든요. 늘 음반으로 듣던 음악을 살아있는 숨소리와 함께 들어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3 우리에게 필요한 ‘낭만의 순간들’

 

Q. 운영 방향, 인테리어 등 무엇이 되었든 초원서점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한 가지가 있다면요?

음악을 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궁극에는 ‘사람을 읽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타인을 읽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읽을 수 있는 일이라고요. 그 과정에 음악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그 낭만의 순간이 필요하고요. 제가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집중하는 건 사람들에게 ‘그런 과정에 닿기 위해 도움을 주는 것’ 인 것 같습니다.

“음악책을 읽는 것은 음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음을 눈물을 사랑을 읽는 일이고

역사를, 변화를 읽는 일입니다.

사람을 읽는 일입니다.

 

우리의 일상에 음악이 늘 깔린다면

매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내 가슴에 지니고 있는 음악이 다양하다면,

그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역사적 의미를

많이 알고 있다면

우리는

다양한 음악들을 내 일상의 배경음악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그건 꽤 멋진 일이지요. 아무에게도 안 들리더라도요.”

 

초원서점 ‘음악을 책으로 읽는다는 것’ 중

Q. 앞으로 초원서점이 어떤 모양으로 변하든 무엇을 하든, 그럼에도 반드시 끝까지 고수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일차적으로는 본질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음악 서점’이요. 음악과 서점,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가져가고 싶어요. 척박한 밭이거든요. 사실 진짜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문학책을 더 좋아하고, 음악이 항상 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단 접해본다면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통해 책을 열고, 혹은 책을 읽다가 그 음악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그런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종종 서점에 방문하신 손님들이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세요. 하나 바람을 덧붙이자면,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요. 문을 여는 순간 잠시 내 현실을 잊고 음악과 책을 만날 수 있는 다른 세계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4 조금 더 깊게 그리고 진하게 음악과 만나는 방법

 

Q. 음악을 소개하고, 음악과 닿아있는 책을 선보일 뿐 아니라 항상 음악이 흐르는 곳이죠. 선곡은 직접 하시나요?

네, 모두 직접 선곡하고 있습니다.

 

Q. 좋은 곡을 발견하는 나만의 팁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특별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앨범 자켓이 마음에 들면 성공률 90%인 것 같아요. ‘아, 괜찮네’ 정도가 아니고 ‘이거 장난 아니다!’ 정도일 때요. 또 한 음악가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 비슷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요. 저는 이게 21세기형 디깅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도 그러실 거예요. 시대가 아무리 변했다 해도 근간은 같은 것 같아요. 디지털 음원 시대가 오기 전에는 새로운 음반을 찾을 때 레코드샵에서 앨범 자켓을 보고 고르거나 누군가 소개해준 것, 비슷한 계열의 음악들을 찾아 듣곤 했잖아요. 지금 유튜브에서 음악을 틀면 비슷한 음악들이 자동으로 뜨고 음원 사이트에서도 내가 듣던 음악을 분석해 추천곡을 주잖아요. 옛날에 친구들이 서로 믹스 테잎을 선물하던 개념과 비슷하죠.

책을 통해서 음악을 접하는 경우도 많아요. 음악가의 이름만 알고 음악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도 무작정 그 사람의 책을 읽을 때가 있어요. 그 뒤 그 사람의 이야기가 인상 깊어 노래를 찾아 들어보죠. 그러면 그 음악이 하려는 말이 뭔지가 훨씬 와닿아요.

 

 

Q. 초원서점의 선곡에 남다른 기준이나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기본적인 선곡 원칙은 ‘사운드에 각이 없는, 목가적이고 평온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곡들 위주’입니다. 손님들이 책을 고르는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 음악이요. 음악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귀에 꽂혀서 책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음악은 피해요. 그래서 가급적 가사가 한국말인 노래는 거의 틀지 않고 비트가 강한 곡들도 잘 틀지 않아요. 사실 제 원래 취향은 그런 노래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노래와 함께 책에 집중하기는 좀 힘드니까요.

초원서점은 낮에는 햇살이 굉장히 반짝이며 들어오고 밤에는 또 완전히 어두운 가운데 주황색 불빛들로 채워져서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져요. 그런 분위기에 따라 공간을 채우는 음악이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 가 또 굉장히 좌우되거든요. 그래서 날씨, 시간에 따라 선곡이 달라져요.

그리고 손님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오래 머무는 손님이 계시면 손님이 들여다보시는 책이나 음반으로 대충 유추해서 손님이 좋아하실 만한 음악을 틀어드려요. 물론 많은 분이 오시면 어렵지만요.

Q. 플레이리스트를 변경하는 주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주기를 정해 놓은 건 아니고요, 말씀드린 것 같이 날씨, 시간, 손님들 취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LP, 카세트테이프, 음원을 번갈아 가며 틀어요.

 

Q. 이 음반만큼은 플레이리스트에서 뺄 수 없다. 초원서짐이 믿고 플레이하는 음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인 Mateo Stoneman의 세 장의 앨범을 꼽겠습니다. 마테오 스톤맨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서점 오픈한 이래로 가장 많이 팔렸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음반입니다. 음악을 어디에서 접하느냐에 따라 들리는 것도 다른데요, 이 음반을 서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들었다는 게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닿을 수 있었던 요소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디서 들어도 좋은 앨범이라는 건 분명합니다만, 공간 특수가 있었다는 생각이에요. 중성적인 목소리,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사운드가 조용한 공간을 꽉 채울 때 매력이 배가되거든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균형을 잘 이룬 음반이죠. 이 음반을 손님들께 소개할 때는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들어도 좋은 노래다’라고 당당히 말씀드려요. 저 거짓말 정말 못 하는 편이라 믿으셔도 됩니다. (웃음)

 

 
 
 

#.5 음악을 통해 누리는 여유와 휴식의 시간

 

Q. 사람들에게 초원서점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보통 가게를 떠날 때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를 하시잖아요. 왜일까요? 서점에 오시는 분들은 인사도 참 다양해요. 그중 제가 가장 가슴에 남았던 인사는 ‘잘 쉬다 갑니다'였어요. 아마 그게 제가 가장 바라는 점인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만큼은 좀 멍해지고 느려지고, 그래서 축 늘어져서 쉬다 가는 곳. 그러면서 음악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곳. 그런 곳이면 좋겠습니다.

 

Q. 초원서점의 플레이리스트는 OOO입니다. OO할 때 들어 보세요.

초원서점의 플레이리스트는 따뜻한 휴식입니다. 장르를 마구 섞어 놨지만 딱히 튐 없이 슬렁 슬렁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전쟁 같은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들어보세요.

 

HIP PLAYLIST일상이 쉼이 되는 순간에 함께 하는 초원서점의 따듯한 선곡

“활기가 넘치는 점심 무렵 - 나른한 오후 - 해가 지는 저녁 - 사위가 까맣게 어두워진 밤의 시간 순으로 각각 달라지는 서점의 풍경을 담아 선곡했습니다. 초원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상상을 하며 선곡 순서에 따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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