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소비되고 잊히지 않고 오래 기억 되도록, 로컬 브랜드 ‘후암연립’
후암동은 서울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고, 근현대사를 관통한 역사의 흔적이 현재와 공존하는 독특한 동네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중 하나이기도 한 이 후암동에 ‘도시공감 협동조합 건축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후암연립’이라는 로컬 브랜드를 통해 공유 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동네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 요즘의 도시는 멋지고 힙한 공간으로 가득하지만, 후암연립은 그런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후암연립은 그들의 공간이 단순히 소비되고 잊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방문한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도시공감 협동조합 건축사무소의 건축가 이준형에게 후암연립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건축가 이준형

Q. 후암동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단순한 입지적 요소뿐만 아니라, 후암동만이 가진 특별한 분위기나 가치를 발견하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어떤 데이터나 조사를 통해 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창업 이후 자리 잡을 ‘동네’가 필요했고, 건축가로서, 또 동네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 일부러 서울 구도심의 오래된 동네를 찾아다니다가 오래된 다양한 주택이 있고, 남산이 잘 보이는 후암동에 우연히 와 보곤 바로 정하게 됐습니다.


Q. 후암연립의 로고가 인상적입니다. 집을 여러 채 붙여 놓은 듯한 디자인인데, 각각의 공간마다 이 로고가 다른 색으로 변주되는 게 재밌어요.
후암연립 카페를 포함해서 다양한 공유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공유공간을 만들게 된 콘셉트의 시작이 ‘집’입니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나온 우리동네, 공유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유주방, 공유서재, 공유거실을 만들었죠.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동네에 길을 따라 연속해서 서 있는데, 이러한 모습을 로고로 표현했습니다.

Q. 후암연립의 공간들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의 리모델링이라는 차원을 넘어, 후암동이란 동네와 연결된 느낌을 줍니다. 후암동과 어우러지는 후암연립만의 특별한 요소나 공간적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잘 연결될 수 있었던 건 예산의 문제 때문에 건물의 외관을 많이 손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후암연립 카페의 경우, 남산이 보이는 뷰도 좋지만, 마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모이는 공원의 길목에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해요. 날이 좋으면 어르신들도 카페 밖에 삼삼오오 앉고,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거든요.

Q. 도시와 마을, 공간과 사람을 잇는 일들을 해오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후암연립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속성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건축가인 저나 제가 운영하는 공간이 주도적으로 마을과 사람, 공간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특히 저는 대문자 ‘I’ 성향의 사람이라 앞에 나서서 연결할 엄두를 못 내거든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고 머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지속성 있게 운영하면, 결국 그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연결해 나가는 것은 이용자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건축가이자 운영자로서 틀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후암연립에게 ‘기록’은 중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무엇을 왜 기록하는지,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어요.
사실 공간운영과 기록은 분리되어 있긴 합니다. 기록은 저도 처음 후암동에 와서 낯설었고, 또 이방인으로서 동네와 관계 맺기 위한 건축가의 방법이었어요. 요즘은 예전만큼 못 하긴 하지만, 그래도 후암동에 머무는 동안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후암동의 20년 이상 된 주택에 사는 주민이 신청하면 방문해서 평면과 입면을 실측하고 도면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요. 신청한 주민에게는 이를 액자로 만들어서 선물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평범한 집을 기록하고 기억하게끔 하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후암연립은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후암동 내에 여러 공간이 있어요. 각각의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공간들이 후암동이라는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후암연립의 공간들은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독립적이에요. 요리를 함께하고 싶을 때, 책을 보고 싶을 때, 또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각각 빌려서 사용하죠. 물론 간혹 하루에 두 개 공간을 연속해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각각의 공간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지역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다고 꼬집어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제 바람은 저희 공간들이 있으므로 인해서 사람들이 후암동을 좀 더 재미있고 살기 좋은, 또는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에요.



Q. ‘카페우리다’와 함께 하는 카페 공간에는 소금언덕, 흑임자 콩크림 카스테라, 시즌 버터바, 베리에라떼 등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습니다. 주류도 있어 와인과 남산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죠. 카페 공간에 대해 더 소개하거나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남산 뷰라는 점은 가장 큰 자랑일 것 같아요. 사실 카페 공간이 크지 않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건, 카페에서 공부나 업무를 하는 분들로 가득 차는 날이면 엄청 차분하고 조용한 카페가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또 후암동에 놀러 온 손님들도 북적이면 또 그런대로 핫플같은 분위기도 나요. 전혀 다른 두 분위기가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연출되는 게 재미있어요.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카페에 방문했을 땐 어떨지 저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이게 후암연립 카페의 매력이라면 매력인 것 같아요!

Q. 후암연립에서 생각하는 공간과 음악의 관계 혹은 영향력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요.
후암연립 카페에서만 음악을 틀어둬요. 나머지 공간은 이용하는 분들이 각자 듣고 싶은 음악을 듣겠죠. 근데 카페에서 음악을 틀면서 드는 생각은, 음악이라는 게 공간에 머무는 사람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카페라는 공간 특성상 이제 막 공간에 발을 들인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기존에 자리 잡고 있는 분들이 만드는 분위기와 음악에 따라 카페에 선뜻 발을 들이기도, 또 돌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카페에 들어올 분들을 생각해서 선곡이나 볼륨을 조정하고 있어요.

Q. 앞으로 후암연립의 공간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사실 요즘 좋은 공간이 너무 많아요. 건축하는 제가 봐도 상향 평준화된 것 같아요. 또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힙한 공간 등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하죠. 그런데 한편으론 공간이 너무 빠르게 소비되고 소모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후암연립의 공간들은 그런 유행에 조금 빗겨나 있더라도 오랜 시간 방문한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요. 우리 공간에서 머문 짧지 않은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할 때마다 생각나고 그러다 또 찾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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