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편안함에서 오는 즐거움, 을지로 펍 <웜비어위캔드>
을지로4가에 위치한 펍 웜비어위캔드에는 60년대와 70년대, 시대를 관통하던 음악과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저 비주얼 콘셉트로 한 시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가 가졌던 열정과 자유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금 풀어내는 공간.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시그니처가 보일러메이커라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선택일지 모른다. 유리잔에 부딪히는 위스키 샷, 그리고 넘칠 듯한 맥주의 조합은 기분 좋은 어지러움을 만들어내며 익숙한 듯 새로운 문화로 날 데려다준다. 음악과 웃음소리 속에서도 때때로 창밖을 바라보게 되고, 계절이 만들어내는 색감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곳, 마빈 게이와 롤링 스톤즈를 들으며 맥주가 식은 줄도 모르고 유쾌한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웜비어위캔드를 소개한다.
INTERVIEW 웜비어위캔드

Q. 반갑습니다. 지니뮤직 구독자 여러분에게 인사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두 친구와 함께 을지로 4가, 청계천 앞에 자리한 술집, 웜비어위캔드를 꾸리고 운영하고 있는 대표 권순규입니다.
Q. 웜비어위캔드의 탄생 배경과 을지로라는 곳에 공간을 차리게 된 계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이 동네만의 특별함에 대해서도요.
이 가게는 제 마음의 방 같은 가게예요.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좋아 보이는 것을 쫓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가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맥주, 오래된 물건들, 밴드 음악들, 시끄러운 술집 등 오롯이 제가 즐겁게 여기고 좋아하는 것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이름부터 작은 물건 하나까지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로 꽉 채운 웜비어위캔드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제가 가진 청사진을 서포트하고 발전시켜 주겠다는 지금의 동료들을 만나 함께 현실화를 시켰습니다. 특별히 을지로라는 동네를 고집하지는 않았고 공간 자체에 더 중점을 두고 시작했지만 돌아보면 제 뜻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 가게는 과거의 한 시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그 분위기에 몰입이 되면 될수록 매력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을지로가 사람들에게 주는 기분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또 바로 앞에 청계천이 있어서 계절의 변화와 그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제가 이 자리를 가장 좋아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Q. 웜비어위캔드, 상호에 담긴 뜻도 궁금합니다.
이름에서 어떤 의미보다 풍기는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감이 좋은 게 좋고, 이름 외적인 것들과 잘 어울려야 좋아요. 웜비어위캔드라는 이름은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지은 이름이에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도, 그냥 우리 가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을 원했어요. 물론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있기는 해요. 식은 맥주와 주말은 저에게 있어 기분 좋은 것들이에요. 종종 너무 즐거운 순간 맥주가 미지근해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게 되는데, 그렇게 식은 맥주는 저에게 맛없는 맥주가 아니라 더 유쾌한 맥주예요. 주말은 그냥 항상 좋고요(웃음). 가게를 구상하면서 이름을 가장 먼저 지었는데, 후에 보일러 메이커를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름과도 잘 어울려서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Q. 체스 무늬 바닥, 나무로 된 벽과 테이블, 클래식한 테니스 라켓... 공간 비주얼 전반에서 일관된 콘셉트가 느껴집니다. 특정 시대 또는 문화를 배경으로 브랜딩 한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60년대에서 70년대로 이어지는 미국의 문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요. 비주얼부터 음악, 물건들과 바이브 모두 그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고 싶었죠. 미국의 60년대는 전쟁과 약물, 인종 탄압을 비롯한 수많은 사회 문제와 동시에 가장 전설적인 아티스트들과 예술, 기술들이 공존했던 너무 아이러니하고 역동적인 서사를 지닌 시대이고,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봤을 때 모든 요소들이 그 시대로 귀결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영화들의 배경과 미쟝센, 디자인과 음악들, 물건들, 역사적인 스토리들 모두 그때의 것들이었어요. 역사에도 팬이 있다면 밥 딜런과 롤링 스톤스, 비틀즈와 데이비드 보위 등 전설적인 인물들이 살아 숨 쉬던 이 시대의 팬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때의 에너지를 느끼는 공간이었으면 했죠.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저 술집이지만 취하는 동안 그 시대의 저항 정신과 평화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들을 느꼈으면 했어요.

Q. 공간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바 중앙, 그리고 천장에 달린 조명에 적힌 War is over라는 문구가 의미심장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아마 미국의 60년대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닐까 싶은데,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1969년에 진행한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반전, 평화 캠페인 포스터예요. 이후에는 Happy Xmas(War is over)라는 제목의 곡을 발매하면서도 사용한 문구이고요. 가게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자리에 꼭 이 메시지를 넣고 싶었어요. 60년대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시절을 막론하고 옳으니까요.

Q.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통창이 매력적이에요. 이곳을 특히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 방문해 보시기를 권해요. 계절 별로, 날씨별로, 시간대별로 보이는 바깥의 모습이 다 다르고 아름다워요. 봄 여름에는 진한 노을과 비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노란 단풍을 겨울에는 눈 내리는 풍경을 볼 수가 있어요. 가끔 저희도 일을 멈추고 풍경에 빠지는 순간들도 있어요. 이곳에서 가장 뷰가 좋은 자리가 우리가 일하는 바 안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에요. 한 가지만 집어서 추천해 드리자면 해가 지기 전에 오셔서 취하면서 해 지는 모습을 보시는 게 가장 좋은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Q. 공간의 무드를 완성시키는 음악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평소 음악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과 매장 음악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궁금해요.
음악은 어떤 순간의 기분을 극대화시켜 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공간의 핵심 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다양한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틀 수 있도록 플레이리스트를 세분화해서 만들고 있어요. 날씨, 시간대, 손님들의 분위기에 따라서 트는 음악들이 달라져요. 음악이 그날의 전반적인 기분에 방해가 되거나 이끌지 않고 기분에 잘 융화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때문에 리스트가 많이 나뉘어 있어서 쉬는 날의 많은 시간을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데에 쓰고 있습니다. 우리 가게의 음악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로 바뀌지만, 장르에 대해서는 한정적이에요. 좋은 노래라고 다 틀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가게를 살려주는 음악이길 바라기 때문인데,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쓸 수 있는 음악의 범위가 그만큼 적어지니까요. 주로 펍에 어울리는 밴드 음악들이 주를 이루고,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60년대 이후의 로큰롤도 빠지지 않죠. 그 기준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들을 함께 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사장님의 인생 앨범도 여쭤보고 싶어요.
인생 앨범이라기보다는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던 앨범을 소개하고 싶어요. 밴드 원호의 <더 플라워 타임머신>이라는 앨범인데요, 2023년에 발매된 앨범이지만 꼭 7~80년대 사이키델릭 록 앨범을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LP를 기준으로 시원한 밴드 사운드를 보여주는 사이드와 아주 서정적인 음악이 담긴 사이드로 나뉘는데, 아마 단일 앨범 중에 우리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많은 곡이 들어가 있는 앨범일 것 같아요. 이 앨범은 최근의 밴드 음악들을 리스트에 많이 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록곡 중 '봄비'와 '그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 두 곡은 너무 많이 틀어서 이제는 모든 멤버들이 질색할 정도예요(웃음).
Q. 2024년 총 12,023잔, 금액으로는 약 1억 8천만 원 상당의 판매고를 올린 ‘보일러메이커’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이 흔하지 않은 술을 주력으로 내세우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보일러메이커가 우리만의 특별한 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익숙하게 마시고 있는 방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폭탄주'로 이미 알려져 있죠. 불리는 이름과 기원, 어원에 대해서 분분한 술이기도 한데 그 중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름으로 1800년대 보일러 산업의 노동자들이 빠르게 취하기 위해 마셨다는 설과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있어요. 주로 맥주 글라스에 맥주를 채우고, 위스키 스트레이트 한 잔을 맥주잔에 빠뜨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웜비어위캔드를 구상하면서 제일 소개하고 싶었던 방식이죠. 우리 가게는 체면을 차리고 멋져야 하는 곳이 아니라 신나야 하고 망가져도 되는 술집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제가 그런 술집들을 좋아해요. 보일러메이커가 이런 분위기를 강화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준비하면서 다양한 조합으로 섞어 마셔봤는데, 그냥 이건 맛있는 술이었어요. 연구하는 내내 같이 너무 신나게 취해버렸고 ‘어떻게 되든 맛있으니까 팔아보자’가 됐죠. 그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지 몰랐어요. 대단한 판매고를 올렸다는 게 아니라, 낯설고 독한 폭탄주를 이만큼 판매했다는 사실이 너무 즐겁고 감사해요.
Q. 보일러메이커, 그리고 맥주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웜비어위캔드에서는 지금 12종의 보일러메이커를 판매하고 있고, 그 외에도 20종의 맥주를 중심으로 위스키, 와인, 칵테일, 하이볼을 판매하고 있어요. 특히 맥주는 정말 맛있는 것들로 들여놓았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제가 맥주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정말 많이 먹어보고 꼭 팔고 싶은 것들만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주도 맥주에 맞추어져 있어요. 오후 8시까지 판매하는 저녁 식사를 위한 메인 메뉴 살사 파스타, 쉬림프 잠발라야, 소울 디시가 준비되어 있고 그 외에 맥주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안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Q.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뻔하고 흔하겠지만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합니다. 손님들도 이곳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방식과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해 즐거워야 하고, 일하는 직원들과 운영하는 우리들도 어떤 순간들에 의해 모두 즐겁기를 바랍니다. 이 일에서 그 가치가 빠지면 굳이 이 일이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고, 누군가의 시간을 여기에서 쓰게 만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께도, 직원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웜비어위캔드는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가게 되는 술집들이 있어요. 편안하고, 언제 가도 항상 그곳 같고, 대단할 건 없고. 그런 가게가 됐으면 좋겠어요. 멋보다 편안함을 쫓고 싶고 효율보다 정겨움을 추구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오래된 가게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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