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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맥줏집 <노비어노라이프>
노비어노라이프는 고양시 삼송역에 위치한 1~2인을 위한 맥줏집이다. 요즘은 혼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바와 식당이 꽤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술집이 다수의 인원을 환영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라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혼술이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노비어노라이프는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만들어졌다. "의자에 발을 올려야 하거나 작은 소리의 대화가 어려우시다면 공간 이용이 어렵다"는 안내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손님들을 지키기 위한 배려다. '파스타 한 그릇을 먹는 데 1시간이 걸려도, 혼자 케이크에 불을 켜도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라는 표현은 노비어 노라이프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혼자 조용히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자신만의 시간을 음미하고 싶은 혼술러라면 노비어노라이프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INTERVIEW 노비어노라이프
Q. 안녕하세요, 지니 뮤직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인과 2인만 이용가능한 조용한 맥줏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하, 이혜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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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반 판매점 타워레코드의 캠페인 ‘NO MUSIC NO LIFE’가 생각나기도 하는 상호 ‘노비어노라이프’, 어떤 의미인가요?
처음에는 멋져 보일 것 같아서, 지금은 조용히 맥주 한잔 마실 여유 정도는 가지고 나이 들어야겠다는 다짐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남편과 둘이 합쳐 92세가 되어보니 ‘맥주 맛이 인생 맛, 인생 맛이 맥주 맛’이에요.
Q. 노비어노라이프가 올해로 10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삼송에서는 3년 차시죠? 은평구에서는 브릭하우스를, 구파발에서는 노비어노라이프를 운영하셨고, 이후에 지금의 삼송동으로 매장을 이동해서 운영하고 계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가게들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은평구에서 3개의 맥줏집을 동시에 운영할 때는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자신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체력과 정신 모두 무한정 소모 되는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돌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돌아보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언가를 숨기는 게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선의의 거짓말 같은 것들이 노련해지는 게 아니라, 가짜라는 게 티 난다는걸요. 그래서 남편과 제가 나이 들어가면서 가장 자연스럽고 진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의 운영 방식을 택했습니다. 파격적으로 사업의 규모를 축소해서 삼송점 오픈 초기에는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해 의식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결혼 후 가장 잘한 결정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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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스타 한 그릇을 먹는 데 1시간이 걸려도, 혼자 케이크에 불을 켜도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 몸도 마음도 부딪힐 일 없는 혼술집이라니 혼술러를 향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1~2인을 위한 술집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여쭤보고 싶어요.
초심은 '퇴근 후에 혼자 맥주 한잔 마시고 귀가하는 게 팀장 결재 받는 것보다 어렵네' 였고, 결혼 후에는 '퇴근 후에 남편과 둘이 조용히 한잔 마시러 갈 곳이 없네'가 되었어요. 저는 혼자 또는 둘 이상의 만남은 거의 갖지 않아서 여럿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갈증이 없는 편이에요. 오직 혼자 또는 둘만을 위한 공간에 대한 결핍이 있고 이걸 해소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Q. 블랙톤의 모던한 인테리어에 적당히 어두운 조도, 웨이팅이 있어도 눈치 보지 말고 2시간을 오롯이 즐기시라는 안내와, 부르기 전까진 가지 않을 테니 마음껏 맥주 고르며 냉장고를 열어봐도 된다는 메시지까지... 이곳을 찾는 혼술러를 위한 포인트는 이것 말고도 많은데요. 운영하면서 특히 신경 쓰시는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손해 보지 않고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어요. 시끄러움에는 이유가 없으면서 조용함에 대해서는 이유와 설명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에게 미움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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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발을 벗거나 의자에 발을 올려야 하거나 작은 소리의 대화가 어려우시다면 공간 이용이 어렵다”는 안내도 눈에 띄어요.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아무나 오진 마시라”는 글도 인상적입니다. 이에 대한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아무나 오진 마시라'는 당부가 공격처럼 느껴지진다면 굳이 찾아오셔서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하시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죠. 실은 무릎 꿇고 빌면서 호소하는 겁니다. 저희를 비롯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방어예요. '제발 조용히 맥주 한잔 마시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신발 벗고 발 올리고 큰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는 다른 곳들 많잖아요. 그러니 제발요.'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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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접 키우는 고양이를 캐릭터로 패키징한 ‘조리조리 맥주’를 비롯한 셀렉이 돋보이는 다양한 맥주와 파스타류의 메뉴가 있습니다.
어디 출신 쉐프는 없지만 출처와 과정, 책임이 분명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과 프로모션이나 할인 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제대로 잘하자는 마음으로 음식을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런 운영의 방향과 잘 부합하는 주류인 크래프트비어를 소비자로서도 판매자로서도 매우 애정하고요. 수제 맥주는 비싸고 어려운 술이 아니라 조예가 깊지 않아도, 취하지 않아도 즐거운 음용이 가능한 마실 거리라는 걸 경험하실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Q. 조용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지만 여기는 도서관이나 사무실은 아니니까 또 너무 적막해서는 안 되잖아요? 매장의 소리와 음악에 대해선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고 계신지 여쭤볼게요.
이 질문은 곧 저희의 답변인걸요. 조용함을 추구한다고 해서 함구나 침묵을 강요하는 공간은 아니거든요. 박수를 치지 않아도, 머리를 젖히며 웃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대화가 가능하신 분들께 최적화된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혼자든 둘이든 그저 각자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서 음악이나 음향은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만 갖춥니다.
같거나 비슷한 음악을 계속 듣다보면, 어느샌가 그게 들리지 않는 순간이 오는데 고도의 집중력으로 내밀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아져요. 그래서 '항시성'과 '잔잔함'을 기준으로 선곡을 하고 플레이리스트는 자주 업데이트하지 않습니다. 각자 이어폰을 꽂고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싶을 때 듣기에 좋은 세상이니까 노비어노라이프의 음악이란 적막함을 해소해 주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기를 바랍니다.
Q. 노비어노라이프는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소개팅 최악의 장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가장 친절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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