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고요산장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번화가의 소란스러움에서 한 발짝 떨어진 안산 변두리에 고요한 쉼과 따뜻한 온기를 품은 작은 카페 고요산장이 있다. 이름을 닮은 이곳은 도시의 빠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자신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카페다.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오롯이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계절과 함께 변주되는 디저트의 조화, 그리고 재즈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우드톤의 공간은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모든 상황과 느낌이 맛있는 커피를 결정짓는다는 사장님 부부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고요를 찾고 싶다면 고요산장의 커피 한 잔과 함께 천천히 흐르는 나만의 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Q. 안녕하세요. 지니 뮤직 구독자에게 인사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안산시에서 자그마한 카페, 고요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운, 김다희입니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공간과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지니뮤직에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기까지 합니다. 구독자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리며, 반갑습니다.

Q. 고요산장, 이름에 담긴 뜻을 알려주세요.

이 이름에 대단한 의미는 없습니다. 고요산장이라는 공간의 청사진을 그려나갈 때, 단순히 그 공간의 뉘앙스와 감도를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이름이거든요. 저는 공간을 계획하며, 거칠고 빠르게 지나가는 우리의 시간을 좀 더 따뜻하면서 고요하게 그리고 진득이 곱씹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래서 ‘고요’하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고, 동시에 우드톤의 환경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산장’ 같은 곳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고요산장’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이 공간을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어떤 공간이라고 표현하시겠어요?

안식처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를 포함한 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곳은 작은 샘물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요 산장은 중심 상가에서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문객분들 중 대다수가 해소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셔서 오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누군가는 사소한 대화, 누군가는 잠깐의 사색, 누군가는 이곳만의 커피와 디저트 등, 모두들 고요산장에서 각자만의 어떤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둘도 포함해서요. 감사하게도 저희는 이 공간이 우리들의 안식처로서 점점 자리잡혀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안산에서 자리 잡은 계기가 궁금해요. 두 분 사장님에게 안산은 어떤 도시, 동네인가요?

안산은 저희의 실질적 고향입니다. 모두 이곳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자라왔고 대부분의 일생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안산에서 이곳을 꾸려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낯선 지역보다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곳이 편했고, 그리고 그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어야만 고요산장이 추구하는 ‘고요산장다움’을 잘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Q. 고요산장은 핸드드립 카페입니다. 고요산장의 커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요산장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기 때문에, 모든 커피 메뉴는 핸드드립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받아보는 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되기 때문에 빠르게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커피를 기대하고 오셨다면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느림에서 오는 가치를 즐길 준비가 되셨다면, ‘커피 한 잔’ 이상의 무언가를 함께 즐기시고 돌아가실 거라고 장담합니다.

 또한, 저희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생두 선택, 로스팅, 추출까지 자극적이지 않은 커피 한 잔을 내어드릴 수 있도록 모든 과정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디저트와의 페어링까지 함께 고려하여, 디저트의 특색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각 원두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모든 상황과 느낌이 맛있는 커피를 결정짓는다’ 고요산장이 말하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철학이 인상적이에요. 고요산장에서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어떤 경험을 전해주고 있는지 또는 전달되기 바라는지?

저희는 단순히 커피 혹은 디저트라는 재화 자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재화들을 고요산장만의 감도, 접객, 분위기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순간의 기분, 감각, 환경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산되어 도출된 것이 기억과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의 맛에만 초점을 두기 보다는 접객 태도, 커틀러리의 조화와 같은 환경적인 파트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호스피탈리티 퀄리티가 최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방문객들 모두가 편안함을 넘어 친근함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여유가 되시는 분들에 한해서는 스스름없이 상호 간의 스몰토크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고요산장이 커피와 디저트만을 즐기고 가는 단순 카페로 인식되기보다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우리 이웃들의 장소로 남게되길 바랍니다.

Q. 보늬 밤 조림, 딸기 피스타치오 프레지에 등 시그니처 디저트도 고요산장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애정해주시는 메뉴잖아요. 디저트 소개도 부탁드려요.

고요산장의 디저트는 계절 변화에 발맞추어 주기적으로 변동됩니다. 현재는 한겨울이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겨울과 잘 매치되는 디저트 라인업으로 재구성하여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딸기 피스타치오 프레지에는 고요산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디저트 중 하나인데요. 2023년부터 고요산장 시그니처 디저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딸기 프레지에는 폭신한 다쿠아즈 시트 사이에 피스타치오 무슬린 크림을 가득 넣어둔 디저트입니다. 크림 사이에는 금실 딸기를 곳곳에 넣어두어, 어떤 부분을 잘라 드셔도 향긋한 딸기와 크림을 함께 즐기실 수 있습니다. 또한, 맨 위 레이어에는 살짝 구운 이탈리안 머랭을 도포하여 마시멜로처럼 쫄깃한 식감까지 느껴보실 수 있어, 맛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향과 식감까지 모두 녹아있는 디저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따듯한 커피, 달콤한 주전부리, 좋아하는 음악. 고요산장을 완성하는 3요소 아닌가 싶은데요. 고요산장을 고요한 온기로 채우는 음악들은 누가 어떻게 고르고 트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음악 담당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그 날의 날씨와 온도에 맞추어 보통 재즈 음악을 재생해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지한 음악을 두 명 모두 즐겨 듣기도 하고, 고요산장의 감도 또한 재즈와 찰떡궁합이기 때문입니다.

Q. 사장님의 인생 앨범이 궁금합니다.

인생 앨범 한 가지를 꼽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재즈 장르와는 거리가 조금 먼데요. Avril lavigne - Let go 가 저의 뮤즈에 가장 근접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어떤 고민에 봉착했을 때면, ‘후회 없이 일단 해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따르자’ 는 신념을  바탕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신념이 바로 이 앨범의 애티튜드와 주제이기도 한데요. 학창 시절, 이 앨범을 들으며 이러한 가치관의 뼈대가 많이 형성되었습니다. 앨범이 던지는 메시지인 ‘좋아한다면 후회 없이 질러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커피를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생 앨범을 꼽자면 Let go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Q. 고요산장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나요?

지금과 같이 손님들과의 소소한 기억을 함께 이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고요산장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지도, 경제적 자유를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이곳에서 생겨나는 우리들의 기억과 인연을 함께 차곡차곡 쌓아가며, 공유하고, 언제라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가 생기더라도 굴하지 않고 이 소망이 퇴색되지 않도록 꼭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