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리 [그대별 나의별]
밤하늘의 대부분이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천체로부터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별이란 것도 마치 그런 것이겠죠. 살아숨쉬는 그 사람의 온기가 내게 닿지 않는 것.
어두운 하늘 아래 별을 헤아리던 우리는 이제 없습니다. 함께 세던 별은 남아있지만요.
김보리 [그대별 나의별] 라이너노트
예체능의 영역은 분명 타고난 재능이 아주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그 누구도 리오넬 메시처럼 볼을 찰 수 없고, 아무리 연습해도 프레디 머큐리처럼 노래할 수 없다. 말버릇처럼 해온 말이지만 그래도 음악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계속하다 보면 실력이 는다. 손에서 놓지 않으면 기타도 늘고, 노래도 늘고, 만드는 곡도 분명 더 좋아진다. 결국엔 연주도, 노래도, 작곡도 표현을 위한 기술이기에 하다 보면 노하우도 쌓이고 시간을 들이면 일정 수준까지는 올라온다. 나름 음악을 업으로 먹고 산 지 10여 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20대 초반 친구들이 처음부터 완성형(?) 음악을 선보이는 경우를 종종 봤다. 몇몇 이름들이 스친다. 글렌체크(Glencheck)가 그랬고, 칵스(The Koxx)가 그랬고, 신현희와 김루트가 그랬다. 보통 그 나이 때는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의 타협 없이 그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 완성형(?) 음악은 보통 이 둘의 적절한 타협점에서 만들어진다. 시작부터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동일하다면 행운이겠지만, 아닌 경우엔 긴 시간 지난한 고민과 갈등이 이어진다. 아주 영민한 몇몇만이 시작부터 그 둘 사이의 균형점을 잘 찾아낸다. 음악 같은 음악을 만들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입장에서 이런 친구들의 행운 혹은 영민함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여전히 신기하다.
김보리의 싱글 ‘그대별 나의별’은 2004년생 21살 신인의 데뷔작이라기엔 너무나도 노련하다. 흔히 그 나이 때 어린 마음에 잘 감추기 힘든 욕심을 아주 적절하게 내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노련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좋은 멜로디를 여기저기 꾹꾹 눌러 담는다고 좋은 노래가 아님을, 드라마틱한 기술을 보여줘야만 훌륭한 가창이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덕분에 어느 하나 과하지 않고 적당하며, 더없이 담백하다. 재즈 피아니스트 박지운, 기타리스트 함춘호라는 거장들의 연주는 철저하게 좋은 멜로디와 목소리를 위해 복무한다. 김보리 특유의 청아한 음색은 담백함에 생기를 더해주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김보리의 말처럼 매우 친숙하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어두운 밤 혼자 남겨진 이별의 모습을 담아냈다는 이번 싱글 ‘그대별 나의별’은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후회를 진하게 보여준다. ‘별’을 매개로 사랑의 아픔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익숙하다. 밤이 오면 별빛은 내 방을 드나들겠지만, 말없이 멀리서 나를 비출 뿐, 절대로 곁을 주지 않는다. 별은 손에 쥘 수 없고 가슴에 품을 수 없다. 상실의 아픔은 순간이겠지만, 부재로 인한 그리움은 매일 밤 찾아오는 별빛처럼 끊임없이 눈에 밟힌다. 김보리가 이별의 모습을 ‘별’에 빗대어 그려낸 것은 아마도 그 관계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가질 수 없고, 품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갈망하고 그로 인해 더 아파한다. 대단하게 새롭거나 신선한 표현은 보이지 않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다. 적당히 진부한 말이라도 진솔하게 전달될 수 있다면, 그래서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언제나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채움은 부족함을 잊으려는 욕심이고, 비움은 부족함을 아는 적당한 만족이다. 음악에 있어 채움은 청자에게 들이밀며 강요하지만, 비움은 청자에게 무언가를 담아낼 여유를 준다. 이러한 여유는 김보리가 평소 좋아한다는 유재하, 김광석의 음악에서의 그것과 닮아있다. 노래는 내 안에 삼켜질 때가 아닌, 내 안의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와 하나 되고, 날 위한 노래가 된다.
[CREDIT]
Composed & Lyrics by 김보리
Arranged by 박지운, 김보리
Vocal 김보리
guitar 함춘호
Piano & Keyboard 박지운
Recorded / Mixed by 인천음악창작소
Mastered by 권남우@821사운드
Art Work by 박준서
Production & Support 인천음악창작소, 부평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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