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라이너 11년 만의 정규앨범 [MUSICOMANIA]
2004년 데뷔한 인디밴드 티어라이너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해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세 번째 정규앨범 [MUSICOMANIA]를 발표합니다.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틈틈이 작업했던 곡들의 종착지이자 [잿빛 정원Grey Garden]으로부터 무려 11년 만의 정규앨범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동안 만든 곡들이 적절히 섞여 시대에 따라, 계절에 따라, 감정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앨범은 티어라이너의 20년 삶의 드라마가 오롯이 들어있는 셈입니다.
앨범명 ‘MUSICOMANIA’는 음악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음악 마니아를 의미하며, 곧 티어라이너 본인을 지칭합니다. 어릴 적부터 온종일 음악에 심취해 살던 록키드가 DIY(Do it Yourself)로 직접 드럼 스틱을 들고, 기타를 메고, 건반을 누르고, 마이크에 노래하면서 뮤지션을 흉내 내더니 어느새 뮤지션의 삶을 살게 된 우연과 필연을, 알파와 오메가를 멜로디로 표현해 앨범에 담았습니다. 음악을 통해 삶의 소소한 순간에 감동을 더하고, 위로와 기쁨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희노애락은 그간 음악감독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해 왔던 그것과는 달리 이 앨범에서는 보다 짙고 진한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앨범 커버는 늘어지도록 들었던 티어라이너의 현재를 있게 한 카세트테이프를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앨범 커버와 부클릿의 그림은 서로의 창작물을 좋아하며 친해진 독일 화가 ‘스테판 화이트Stephan White Kresse’가 그렸습니다.
개개인은 외따로 존재하는 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바다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앨범 [MUSICOMANIA]의 멜로디와 음파가 파도를 통해 전달되어 각자 섬의 해변에 닿기를. 섬의 바위와 모래 곳곳에 부딪혀 하얀 물보라가 일기를 바랍니다.
[MUSICOMANIA] 곡별 소개
01. Lovesick (feat. 선진)
데모 녹음한 지 20년이 넘은(2003년) 곡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꿈 속에서 재회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속삭입니다. 상사병lovesick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으로 치유됩니다, 비록 후회나 그리움이라는 생채기는 남겠지만. 곡은 서정적인 보컬의 전반부와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주도하는 후반부로 단순하게 나뉘며 감정을 상승시킵니다. 음악감독을 맡았던 NETFLIX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Love Alarm] OST 'Blooming Story'의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진'이 다시 곡에 숨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02. HEARTSTRINGS
현악기를 짙게 사용하면서도 보컬과 록 구성 악기들 무엇 하나 앞으로 내거나 뒤로 빼지 않고 동등한 소리를 내주는 전형적인 티어라이너 스타일의 곡입니다. 현악과 피아노가 애절한 보컬과 함께 꿈결처럼 흐르며 감상자의 심금heartstring을 울립니다. 처음 뼈대를 작곡한 이후 무려 12년에 걸쳐 조금씩 살을 입혀가며 9명의 연주자들과 작사가, 녹음 스태프의 노력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유려한 가사는 ‘러브엑스테레오Love X Stereo’의 애니Annie가 썼고, 첼리스트 성지송을 비롯 현악 4중주팀이 현악을 연주했습니다. 작업기는 여기에서. https://brunch.co.kr/@tearliner/31
03. Moon Rises, Love Falls
뜨거웠던 여름처럼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 사랑이 식은 후의 감상을 처연한 멜로디와 담담한 보컬로 표현합니다. ‘달이 뜨고, 사랑이 진다Moon Rises, Love Falls.’는 곡명은 이러한 감정을 극적으로 은유 합니다. 곡의 분위기 전반을 휘감는 감미로운 기타 사운드는 티어라이너 세션 멤버이자 어쿠스틱 듀오 ‘로우엔드 프로젝트low-end project’ 멤버인 눈물기타 강지훈이 연주했습니다. 덕분에 소소한 사운드 기반 위에 아련한 정서가 흘러 멜로디의 감정을 북돋웁니다.
04. My Aporia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하고 로우파이한 기타 연주와 여리고 소심한 보컬, 박수가 들어간 경쾌한 댄스풍 드럼이 서로 이질적으로 어울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 간 어벤져스의 로맨스 같은 독특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아포리아Aporia’는 그리스어로 막다른 골목이라는 뜻이며, 철학적 용어로 ‘난관, 풀리지 않는 난제’를 의미합니다. 이 곡을 통해 개인의 난제에 대해 노래하는데, 이는 어떤 이에게는 복잡한 현실일 수도, 풀지 못한 문제일 수도, 답답했던 작업 당시의 팬데믹 상황일 수도, 연인과의 사랑일 수도, 직장 상사와의 관계일 수도 있을 겁니다. 2006년에 녹음했던 미발표 데모곡의 기타 연주와 편곡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14년 후에 가사를 덧붙였습니다. 이를 통해 티어라이너 초기 로우파이 사운드와 최근의 고민이 담긴 가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자세한 작업기는 여기에서. https://brunch.co.kr/@tearliner/39
05. Love You, Stranger (Feat. Love X Stereo)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당황스럽지만 싫지 않은 감정이 삼바 리듬의 매력적인 기타톤으로 시작해 경쾌하고 말랑한 멜로디를 타고 흐릅니다. ‘러브엑스테레오’ 보컬 애니가 곡의 작사는 물론 코러스로도 참여해 곡을 사랑스럽고 풍성하게 북돋아 주었습니다. 기존의 성장통이나 헤어진 후의 회한, 추억 등을 담았던 티어라이너 스타일과는 다른 밝음과 설렘, 사랑의 시작을 담아 다채로운 색을 표현합니다. 상세한 작업 과정은 여기에서. https://brunch.co.kr/@tearliner/35
06. Because Haven’t Lived
직선적이고 바삭한 심플한 록 구성에 무심한 듯 투박하게 내뱉는 보컬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젊음을, 여전히 기회가 남았음을, 원하는 대로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아직 죽을 수 없음을, 앞으로는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것임을 노래합니다. 자유분방한 삶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개러지 록 장르에 로우파이한 사운드를 의도했습니다. 티어라이너가 직접 스토리를 구상하고 제작, 편집, 감독해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곡의 로커 이미지와 일치했던 지인 배우 이민기가 보컬리스트로 연기해 소속사 없는 인디뮤지션의 힘겨운 홍보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매력 만점 뮤직비디오 작업기는 여기에서. https://brunch.co.kr/@tearliner/44
07. How We Lost in Melody (feat. 프롬)
서로 사랑하지만 생각의 결이 다른 연인이 때로 보듬고 이해하고, 때로 밀어내고 갈등하며 멜로디 안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담백한 사운드와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곡에 처연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동시에 남성 보컬 버전의 다른 편곡을 함께 실어(12번 트랙 ‘How We Lost in Melody’)같은 멜로디에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08. HEARTSTRINGS [Dramatic Ver.]
같은 멜로디의 02번 트랙 'HEARTSTRINGS'을 애정 하는 동료 뮤지션 센티멘탈 시너리Sentimental Scenery가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편곡한 'Dramatic Version'입니다. 다른 장르와 템포, 구성, 극적 전개 등을 통해 같은 멜로디지만 남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09. You Are So Me (feat. Taebeen)
연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지만, 결국 자신도 상대에게 상처 주고 밀어냈음을, 그럼으로써 결국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관계의 원인은 어느 한쪽이 아님을 노래합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이자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JTBC'피크타임'에 출연해 가창 실력을 선보인 보컬 태빈Taebeen의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보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방에 홀로 있는 느낌도 들고, 우주공간 한가운데 유영하는 기분도 들고,안개 낀 짙은 잿빛 숲을 걷는 기분도 들어요. 여러 가지 그림이 그려져요."감정이 점차 상승하는 기승전결의 구성에 맞춰 도입부의 낮은 음에서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높은 가성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태빈은 완성곡을 들은 후 이런 감상을 전했습니다.
10. Love You, Stranger (Soft Ver.) (Feat. Love X Stereo)
컨템퍼러리 재즈 느낌의 편곡으로 동료 뮤지션 ‘러브엑스테레오’ 보컬 애니가 직접 메인 보컬로 통통 튀면서도 자유로운 재즈의 느낌을 제대로 소화하며 곡의 맛을 돋워 주었습니다.
11. Purple Jacket [Another Rush]
짙고 강한 기타 연주곡으로 ‘로우엔드 프로젝트'눈물기타 강지훈의 절정의 기타 연주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2003년에 작곡해 작업한 음원에 2007년 강지훈의 리드기타 연주를 덧붙인 음원 그대로 발표되어 티어라이너의 근원적 오리지널리티로의 회귀를 알 수 있습니다.
12. How We Lost in Melody
’프롬’이 피처링한 편곡 버전(07번 트랙)과 달리 공간을 채우는 서정적인 일렉 기타 사운드와 현악, 피아노로 구성된 전형적인 티어라이너 스타일로 또 다른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보컬과 몽몽한 사운드에 담긴 설경을 거닐듯 서늘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따뜻하게 공간을 채우는 드림팝의 매력을 느껴봅시다.
B1. ZERO MOMENT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I really don't wanna do anything, no more. /날 그리워하지 마.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Don't miss me. I don't belong here, no more. /여전히 내가 하기 싫은 걸 하길 원하니Do you still want me to do what I hate?' 무중력의 상태처럼 0의 순간은 찾아옵니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묵직한 드럼, 드라이브 베이스 사운드 위에 짙은 보이스가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집니다. 전염성 강한 후렴구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힐링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던 설현, 임시완 주연의 ENA 드라마[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서 인기 아이돌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희승, 제이, 제이크가 불렀던 OST 원곡을 보너스트랙으로 실었습니다.
B2. Love Bites
오스트리아의 찬란했던 수도 빈Wien을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녹여낸 곡으로 노랫말(가사)없이 건조하고 서늘한 허밍보컬을 유려한 현악이 감싸고, 록 구성의 연주로 기반을 다져 시린 초겨울을 표현했습니다. 정규 2집 앨범 [잿빛 정원]에 수록되었던 ‘Embrace All’과 연결되는 감정의 흐름으로 연작의 성격을 띱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