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북돋〉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맑은 공기와 산세에 둘러 쌓여 쉬고 싶은데 여건상 너무 멀리 떠나기는 어렵다면 오늘의 공간을 주목해 보기 바란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시골이라 불리는 경기도 광주 퇴촌에 위치한 카페 ‘북돋’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퇴촌 천진암 계곡 근처에 위치한 북돋은 LP를 들을 수 있는 음악 카페이자 공연과 강연이 펼쳐지는 뮤직홀이다. 평소에는 양질의 음향 시설로 음악을 감상하며 차와 파스타 등의 요리를 즐기는 카페 겸 비스트로로, 강연과 공연이 있을 땐 숲속에서 호젓하게 라이브 연주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문화복합 공간으로 변모한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앞으로의 할 일은 산골에서 사람들의 열정을 붇돋는 일로 설정해 북돋지기를 자처한 김재윤 대표에게 공간과 음악 얘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김재윤 대표
Q.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사장님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시골 중 하나인 퇴촌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스테이지 북돋”을 만들어 지키고 있는 김재윤입니다. 에너지 회사에 20여년 다니다 조금 빨리 나와 산골에서 북돋지기를 자처하고, 2년 째 열심히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Q. 북돋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곳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북돋은 울타리 없는 학교입니다. 예술가와 학자를 가까이 데려와 함께 객석과 교감을 나누게 하며 서로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와서 편하게 떠들고, 혼자와 멍때리며 휴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등록금 대신 커피 값과 음식값을 받긴 하지만, 울타리 없는 학교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다른 것을 아직 찾지 못해 어쩔 수가 없네요.
Q. 상호가 ‘북돋’이에요. 책과 관련 있는 이름 같기도 하고, 응원이나 정서적 고양감을 떠올리게 되기도 합니다.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려요.
북돋은 간단한 음식(비스트로), 커피, 음악, 그리고 무대를 통해 사람들을 북돋아 주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퇴직을 앞두고, 앞으로 할 일은 사람들의 열정을 북돋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어렵지 않게 상호를 ‘북돋’으로 결정하고 뭘 할지 고민하고 음식과 차가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정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책도 그런 역할에서 빠질 수 없기에, 좋은 책으로 북돋의 서가를 채웠고, 올해부터는 매달 한 권씩 읽을 책들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Q. 경기도 광주에 이런 공간을 꾸린 이유와 계기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이곳은 아버지께서 20여 년 전 지은 건물인데, 나이 드시고 여의찮으셨는지 오래 비워 두고 계시다가 4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빈 건물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이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북돋을 구상했습니다.
Q. 서울 근교에서 시골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요. 숲과 개울이 있는 곳에 위치한 카페는 흔치 않아 더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공간 설계는 물론, 음악 감상을 위한 시스템도 눈에 보이는데요.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어릴 적 아버지는 계절마다 설악산에 가족들을 데리고 다니셨어요. 그러던 중 퇴촌 우산천 계곡을 보시고, 멀리 설악산까지 갈 필요 없겠다시며 퇴촌의 깊은 산골 계곡 옆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건축가의 치밀한 설계보다는, 아마추어의 감으로 지어져서 투박한 면이 많지만, 오시는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저도 적은 예산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북돋을 위한 인테리어에 쓸 돈이 많지 않아 디자이너와 시공자와 상의해 꼭 필요한 부분만 손을 대고 나머지는 거의 기존 건축물을 청소해 살렸습니다. 외관은 투박해도, 실내는 음악감상, 공연, 그리고 강연을 위한 무대를 품고 있는 음악 홀(Music Hall)로 만드는 것이 인테리어 공사의 목표였습니다. 2층 바닥을 털어내 한쪽에 1층과 2층에서 바라보이는 무대를 그렸고, 아버지 유품인 음반과 음향기기들을 정리하기 위한 선반과 주방가구, 책장 등을 배치했습니다. 바닥을 뚫어 커튼월은 아니지만 통창이 2개가 수직으로 이어져 바깥 풍경을 그대로 끌고 와 개방감을 주는 것 같고, 높은 천장이 주는 공간감은 공연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질문을 이어가자면 일반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대형 스피커와 조명이 눈에 띕니다. 엠프와 스피커 등 공간에 맞는 사운드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향시스템은 앰프로 마란츠(Maranz 1250), 다이나코(Dynaco stereo 7), 장덕수(DS 450)를 운영 중이고, 각 앰프에 스피커로 바이타복스(Vitavox), 알텍(Altec A7), 제이비엘(JBL L150)을 물려 듣고 있습니다. 음원으로는 LP Player(Lynn Basik), CD Player(Maranz cd6000), DAC(Yamaha ag06)를 연결하여 음악 장르별로 음향시스템을 골라들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고가의 장비는 아니지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수 있는 북돋만의 특별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세팅을 했습니다.
Q. 책과 LP도 많아요. 신청곡도 틀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돋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북돋에서는 매일 아침 11시쯤 빵이 나옵니다. 갓구운 빵과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신청해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연의 품 안에서 가장 기분 좋은 오전을 맞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의 신청곡도 함께 즐기시면, 음악을 듣는 폭을 늘리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부분 신청곡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라 저도 늘 새로운 곡을 소개받고 배우게 되는 것이 신청곡을 받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음악 듣고 책보며, 오래오래 계시다 배가 고파질 때는 북돋의 피자나 파스타를 드시면 후회 없으실 것입니다.
Q. 사장님의 인생 음반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소장품인 이 음반들 중 부모님께서 특히 좋아하셨던 판도 여쭙고 싶어요.
저는 음악 카페를 하는 아마추어 음악애호가이지 전문가가 아닙니다. 어릴 적에는 음악을 들으며 작곡자와 연주자처럼 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북돋에서 음악과 함께 지내는 것을 행복해 할 뿐입니다. 제가 오랜 동안 가장 아끼고 즐겨듣는 음반은, 블루노트에서 나온 Somethin Else(Cannonball Adderley), 멘델스존의 무언가(Renate Schorler), 그리고 김현식 4집입니다.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듣던 파바로티의 아리아 모음, 베토벤 교향곡들, 그리고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가 직접 연주해 들려주시던 멘델스존과 쇼팽의 곡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북돋에서 두 분이 시대별로 다양한 버전의 클래식 LP와 CD를 모아두신 덕에 잘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듣는 재미도 있습니다. 모아두신 게 많아서인지 게을러서인지 못 들어 본 것들이 아직도 꽤 있습니다.
Q. 북돋에서는 공연과 강연도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테마가 있는 음악 감상회도 진행되고요. 이런 행사를 여는 이유가 궁금하고 그동안 진행한, 그리고 진행될 것들에 대한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볼륨이 조금 높은 음악 카페이기에 평상시 무대에서는 음악이 나오지만, 북돋의 무대는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열정을 관객들과 함께 완성시키는 곳입니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좋아한 공간이 극장인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그런 무대가 있어, 사람들에게 늘 영감을 채워주고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꿈꾸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에 있는 모든 사람을 북돋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게 북돋지기가 할 일이라고 여기고,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강연, 넷째 토요일에는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매년 초에 1년 동안 계획을 세우고, 3월부터 북돋 블로그와 인스타(@stage_bukdod)를 통해 3주 전에 강연과 공연별로 소개하고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강연은, 음악, 철학, 미술, 실용 부문으로 나누어 강연자를 섭외했고, 공연은 클래식, 국악, 재즈, 인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실력 있는 음악가들을 초청했습니다. 인터넷 시대지만, 제가 그렇듯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며 연주하고 말하는 무대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직접 해 보는 중인데 꿈꾸던 일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네요.
Q. 앞으로 여기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걸 계획하시는지?
지난 2년을 뒤돌아 보니 계획은 어찌 세워졌는데, 이를 지속하는 데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무대가 북돋에서 계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좀 더 준비되면, 이곳에서 재미있는 연극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북돋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는지?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을 북돋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대를 기획하면서 사람들과 재미있게 나눌 거리가 무엇일까 질문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 재미 또는 영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나가고, 여기서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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