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지금 나오는 노래 완전 좋은데, 이건 다 누가 알고 선곡하는 거지?‘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핫’하다는 거기!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흐르는 노래마저 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거기!
이 음악을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넣고 싶은데, 주변 소음 때문에 검색에 실패하는 일이 다반사.
그렇다고 점원에게 물어보기는 조금 부끄러운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핫한 플레이스의 힙한 플레이리스트 – 한 달에 두 번, [핫플힙플]이 전하는 흥미로운 선곡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자료제공: 비스킷 사운드
HOT PLACE 〈처치 앤 댄스홀〉
대전의 원조 핫플레이스로 꾸준히 사랑받는 카페 ‘처치 앤 댄스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공간에선 낮에는 창으로 비치는 따듯한 햇살 아래 차분한 감성으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재즈나 펑크 음악을 들으며 조금 끈적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교회와 댄스홀이 합쳐진 상호는 평소에 클럽으로 사용하다 일요일에는 예배당이 되는 자메이카의 공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패션, 먹거리에 대한 관심사가 남달랐던 사장님의 깊은 취향은 엄격한 기준의 최상의 커피, 미니멀하고 감성적인 인테리어,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곳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냈고, 이에 공감하는 손님들과 뮤지션들의 호응으로 최근에는 유명 밴드의 라이브 공연도 열리며 처치 앤 댄스홀의 밀도를 높여주고 있다.
INTERVIEW〈처치 앤 댄스홀〉
Q. 안녕하세요, 지니뮤직 구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처치 앤 댄스홀을 운영하는 박요한입니다. 커피와 약간의 술을 팔고 있습니다.
Q. 처치 앤 댄스홀, 상호가 독특합니다. 담긴 뜻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오픈한 지 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고 자세히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이번 기회에 제법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자메이카에 평소에 클럽으로 사용하다가 일요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어요. 풍요로운 국가는 아니다 보니 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역설적으로 빈곤한 가운데에도 자유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유연성이 멋지다고 느꼈어요. 교회와 댄스홀. 어딘가 굉장히 이질적인 두 단어이지만 결국 사람들이 모여 기쁨을 나누는 공간 아니겠습니까. 이런 공간에 영향을 받았고요.
추구하는 분위기나 플레이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반영한 것이기도 해요. 낮에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곡을 틀고 밤에는 재즈나 펑크처럼 신나거나 끈적한 음악을 주로 틀거든요. 정말로 댄스를 틀때도 있습니다(웃음). 물론 햇살이 흐드러지는 날에는 경쾌한 브라질리언 음악을 틀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래요. 가게의 이름에 맞추어 컨셉추얼하게 연출하는 것은 아니고 그 시간에는 그런 것들이 듣고 싶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랄까요.
그리고 위치를 반영합니다. 대흥동 대성당과 술집이 즐비한 먹자골목 경계에 가게가 있어요. 매 정각마다 대성당의 성스러운 종소리를 들을 수 있죠. 가게 안에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끝으로 제 자신의 성장 배경이 담겨 있어요. 제 이름은 요한입니다. 지금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모태신앙이죠. 유년 시절 학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교회이고, 이십 대의 많은 시간을 클럽에서 보냈습니다. 교회와 댄스홀. 모두 저에게 친근한 공간입니다. 가게의 이름을 정하고 나서 전방위적인 체감으로 모든것이 맞아떨어진다고 느꼈고 지금도 여전히 귀엽고 재밌고 예쁘게 들립니다. 뮤지션 김반장님이 공연 중 벽 귀퉁이에 즉흥으로 적어주신 문장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Real church is pleasure dancehall. Isn't it? 기쁨의 춤을 추는 곳 그곳이 교회라네! Party people make some joyful noise!
Q. 모던한 화이트 톤의 공간이 깔끔한 인상을 줍니다. 거기에 DJ 부스의 개성 있는 인테리어는 이곳만의 특별한 무드를 완성시켜주는 것 같아요. 공간은 어떻게 꾸미셨고 어디에 주안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공터였던 자리에 건물이 들어설 위치와 도면만 보고 얼떨결에 임대차 계약을 했습니다. 주차장 부지인데 용도 변경하여 상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어요. 1층 지반 공사가 마무리 되었을 때 펜과 노트, 줄자를 들고 셀프 디자인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산수가 유용했습니다. 분필을 들고 바닥에 낙서한 뒤 그것을 1000:1로 축소해서 공책에 자를 대고 그렸어요. 이전에 해본 적도 없고 기교를 부릴 수 있는 능력도 없었기에 선과 면, 움직임의 동선만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가변성을 염두에 두었어요. 빈 공간은 사람과 음악, 취향이 묻어나는 물건들로 어떻게든 채워 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책 없던 어리숙함이 시간의 세례를 받아 나름의 무드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인테리어에 크게 힘을 들인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으로 눈과 귀에 크게 거슬리는 것 없다면 오케이입니다.
Q. 처치 앤 댄스홀에 대한 많은 후기 중에 제게 눈에 띄는 건 ‘음악이 좋다’, ‘음악을 LP로 틀어준다’입니다. 이 좋은 음악은 누가 어떻게 선곡하여 틀어주시는지?
야금야금 몇 장씩 사 모으다 보니 하루 종일 틀 수 있게 되었고, 틀고 싶은 것들을 손이 가는 대로 틉니다. 단골분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LP를 기증해 주시기도 하고, 오래 일한 직원은 자기가 듣고 싶은 LP를 사서 오기도 합니다. 그 친구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감각이 좋아 알아서 잘 틉니다. 제가 하나 틀면 그다음에 어울릴만한 앨범을 자연스럽게 릴레이로 골라 트는 식입니다.
Q. 가끔 디제잉 파티 또는 라이브 셋이 진행됩니다. 까데호, 김반장,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제이통, 전용현, 프랭크, 하세가와 요헤이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데요. 어떤 이벤트들이 있어왔고, 앞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소개와 홍보를 해주신다면요?
뮤지션분들의 예쁜 마음 덕분에 유명 밴드들의 공연과 디제잉 파티가 종종 있어 왔습니다. 지방의 작은 카페에서 누리기 힘든 호사이지요. 그리고 'C&D SELECTION'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테마가 있는 공연과 파티를 열기로 마음먹고 2회차 준비를 마쳤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7개월간 병상에 누워있었죠. 그리고 목발을 짚고 치렀던 복귀 전이 '까데호'의 단독 공연이에요.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셨고 좋은 음악과 에너지 덕분에 건강에 상당한 호전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2년 전에 열렸던 5주년 파티입니다. 김반장,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제이통, 전용현, XXX의 프랭크 등 한국 대중음악의 레전드 뮤지션 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오랜 시간 팬이었던 김반장님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최초이자 현재까지로는 유일무이한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펼쳐서 그 의미가 더욱 컸죠. 조웅님의 기타와 김반장님의 드럼과 보컬로 ’Think about chu’가 울려 퍼질 때는 감격과 전율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광란의 밤이었죠. 그리고 오는 5월 31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단독 공연이 있습니다. 구남의 공연은 어느덧 세 번째입니다.
십여 년 전부터 홍대에서 내려오는 속담이 있죠. '누가 뭐래도 공연은 역시 구남이다.' 단 한번도 실망이 없습니다. 많이 놀러 와주시길. 일정을 논의 중인 이벤트로는 최근 활동을 다시 시작한 가장 애정하는 레전드 밴드 '윈디시티'와 '킹스턴 루디스카'의 단독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난리가 났네요.
Q. 처치 앤 댄스홀, 반려동물 입장이 가능한 커피 맛집으로도 유명합니다. 처치 앤 댄스홀을 잘 즐길 수 있는 팁이나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이 다면요?
커피에 많은 공을 쏟아왔고 직접 로스팅합니다. '스포트 커피 로스터스'라는 로스터리 브랜드도 함께 운영 중이에요. 서구 탄방동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커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끄러움을 최소화하고자 모든 배치를 철저히 맛보며 유통합니다. 커피다운 커피를 지향하는 클래식 라인 '올드 스포트' 블렌드와 기분 좋은 꽃향이 스치는 화사한 에티오피아 계열의 '뉴 포트' 블렌드가 있습니다. 취향과 기분에 따라 선택하시길! 납품 문의도 환영합니다.
Q. 이쯤 되면 사장님은 뭐 하는 분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홍대 기획자 출신? 아니면 전직 뮤지션? 아니면 현역 DJ? 처치 앤 댄스 홀 이전에 사장님은 어떤 일을 해왔고 그 일이 지금의 처치 앤 댄스홀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은 폐간된 L모 남성지에서 잠시 일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말 안 듣는 철부지 날라리 대학생. 어릴 때부터 음악과 패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숨 쉬듯이 있어 왔던 것 같습니다. 대단한 열정은 없었고 그저 노는 게 가장 좋았던 베짱이의 삶이었네요. 현재로써는 패션에 대해 이렇다 할 관심도 없는 상태이지만 놀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취향의 확장에 영향을 주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여전히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려고 합니다. 처치 앤 댄스홀은 그 흔적이 묻어있는 공간?
Q. 사장님에게 ‘덕통사고’를 일으킨 인생 음반이 있을까요?
아소토 유니온의 첫 앨범 <Sound Renovates Astructure>. 중학생 때 우연히 듣고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간지나는 그루브에 충격을 받아 레코드 숍에서 CD와 함께 드럼 스틱과 연습용 패드를 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합주하듯 두드리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흑인 음악은 힙합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 김반장님이 홈페이지에 쓰신 칼럼을 읽고 '디 안젤로, 더 루츠, 자미로콰이, 구루, 밥 말리'등을 찾아 듣게 되었죠. 지금 들어도 너무 세련된 이 천재 뮤지션들이 2004년 당시 하나의 컬럼에서 언급되었던거죠. 너무 가슴 뛰는 밤이었기에 아직도 그 기억이 또렷합니다. 블랙 뮤직에 입문 하게 된 통로였죠.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흑인 음악과 애시드 재즈만을 편애하며 듣다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첫 앨범에 수록된 '한국말'을 듣고 너무 좋아서 계속 반복 재생했던 기억.
Q. 앞으로 여기서 더 해보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있으세요? 있다면 어떤 걸 계획하시는지?
밤에는 와인과 위스키가 조력하고 음악이 주인공인 '바'의 형태로 영업 전환을 해보고 싶습니다. 신나게 준비중에 있었는데, 그 무렵 교통사고를 당해 스텝이 어긋났네요. 에너지 레벨이 높거나 추진력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그 열정이 복구되기 까지는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처치 앤 댄스 홀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쉼터. 신나는 기억과 애틋한 추억이 쌓이는 공간.
0